연애

[시] 그대 곁에 가는 날

단풍계곡 2008. 7. 23. 11:57

그대 곁에 가는 날

오늘은 그대 곁에 가는 날입니다.
오늘은 그대 어디에 가면 안됩니다.
그 곳에 있어야 합니다.
내가 그대 보고 싶어 가는 길이니 특별히 기다릴 거야 없지만
어디 멀리 가지 말고 그곳에 있어야 합니다.

오늘은 그대 곁에 가는 날입니다.
오늘은 그대 다른 사람 생각하고 있으면 안 됩니다.
내가 그대 보고 싶어 가는 길이니
내 생각만 하고 있으라 말할 수 없지만
얼핏얼핏 고갯길 바라보며 내 이름 가만히 불러 보곤 해야 합니다.

오늘은 그대 곁에 가는 날입니다.
오늘은 그대 하는 일이 많으면 안 됩니다.
내가 그곳에 가면 하던 일 멈추고 손 씻고 다가와
해가 질 때까지 이야기 나눌 수 있어야 합니다.

오늘은 그대 곁에 가는 날입니다.
오늘은 그대 울고 있으면 안 됩니다.
내가 그대 보고 싶어 가는 길이니
환한 웃음 보일거야 없지만, 편안한 모습이어야 합니다.
그 모습 바라보면서 내 마음이 얼마나 설렐지 나는 알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대 곁에 가는 날입니다.
바람같이 그대 곁으로 가 그대 향기 맡으려 하니
그대 그곳에서 향기 날리고 있어야 합니다.
내가 쉽게 찾아갈 수 있도록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음의 향기 날리고 있어야 합니다.

오늘은 그대 곁에 가는 날입니다.
그런데 떠나기도 전에 돌아올 길이 걱정입니다.
그대 홀로 남겨두고 돌아올 것을 생각하니 앞이 캄캄하고 가슴이 아려옵니다.
아! 오늘은 아무래도 안 되겠습니다. 내일 일찍 떠나야겠습니다

< 정용철의 마음이 쉬는 의자 中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