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사람과 닮은 로봇 어떤 원리로 움직이나?

작성자 :이수환 기자

작성날짜 :2007-09-18

로봇(Robot)이란 단어가 처음 등장한 것이지난 1920년 체코슬로바키아의 K.차페크가 쓴 희곡 '로섬의 인조인간'이었으니 어느덧 87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당시 로봇은 겉모습은 사람과 비슷하지만 영혼은 가지지 못한 일종의 소모품으로 묘사됐는데 이후 할리우드나 만화영화의 단골메뉴는 물론 현대 산업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로봇은 가정용, 산업용, 의료용, 우주용, 해저용 등 다양한 종류로 발전했으며 상용화도 활발해 로봇청소기, 로봇애완견, 로봇MP3 플레이어 등을 주변에서 손쉽게 살펴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로봇이라고 하면 역시 2족 보행 휴머노이드(Humanoid)가 빠질 수 없다. 휴머노이드란 외모가 사람과 비슷하게 생겼고 두발로 걷는 로봇을 말한다.

■ 부드러운 움직임의 비밀은 서보모터
사실 2족 보행 휴머노이드 로봇은 4족이나 6족 보행 로봇에 비해 비효율적인 부분이 많다. 우선 균형 잡기가 어렵고 이를 제어하기도 만만치 않다. 또한 무게가 고르게 분배되지 않아 관절에 무리가 간다. 이런 이유로 SF나 만화영화에 등장하는 2족 보행 휴머노이드 로봇은 상용화가 어렵고 설사 만든다 하더라도 겉보기에 비해 실속이 별로 없다.

2족 보행 휴머노이드 로봇의 매력은 사람과 비슷한 생김새에 움직이도 비슷하다는데 있다. (사진 : 쿄쇼)
물론 2족 보행 휴머노이드 로봇의 매력은 사람과 비슷한 신체구조와 움직임에 있다. 한때 어린이의 우상이었던 '로보트 태권 V'나 '기동전사 건담', '마징가 Z' '철인 28호' 등은 모두 2족 보행 휴머노이드 로봇이며 얼마전 개봉해 많은 인기를 끌었던 SF영화 트랜스포머에 등장하는 로봇도 마찬가지다. 그만큼 인기가 높고 친밀감이 높다는 말이다.

2족 보행 휴머노이드 로봇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연구소나 공공기관, 박물관에서만 접할 수 있었지만 디지털 기술 발전으로 인해 마음만 먹으면 구입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지난 1999년 일본에서 본격적으로 등장했고 국내에는 마니아를 중심으로 2002년부터 소개되기 시작했다. 현재 국내에서 구입할 수 있는 2족 보행 휴머노이드 로봇은 약 20여종. 이중 국산 제품은 2종이고 대부분은 일본에서 만들어진 것들이다. 가격도 80만원대부터 300만원대까지 다양하다.

2족 보행 휴머노이드 로봇이 움직이는 완구로 등장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계기는 서보모터(Servomotor)의 소형화 덕분이다. 서보모터란 선풍기나 믹서기, 자동차에 내장되는 모터처럼 적당한 속도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응답속도가 빠르고 정확한 제어가 가능한 모터를 말한다. 실제로 서보모터 내부는 코일이 감겨있는 일반 모터와 달리 수많은 기어와 톱니바퀴가 들어있고 이를 제어하기 위한 회로가 내장되어 있다.


서보모터는 2족 보행 로봇의 핵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라퓨타인터내셔널 안재성 이사는 "사람과 비슷한 움직임을 표현하는데 있어 서보모터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그만큼 가격도 비싸다"며 "서보모터는 2족 보행 휴머노이드 로봇 가격의 약 90%를 차지하며 대부분 일본 기업이 특허권과 관련 기술을 독점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로봇 댄스팀의 '코믹 댄스'
Skype가 로봇을 춤추게 한다!!
세계 최초의 하늘을 나는 곤충로봇
2족 보행 휴머노이드 로봇에 장착되는 서보모터의 숫자는 13∼18개이며 방송이나 행사에 사용되는 로봇은 30개 가까이 장착된다고 한다. "서보모터는 사람에 비유하면 관절에 해당하므로 숫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부드러운 움직임이 가능하다"고 안재성 이사는 말한다.

이쯤 되면 궁금증이 하나 생긴다. 양산품 2족 보행 휴머노이드 로봇을 가지고 각종 로봇 대회에 출전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안재성 이사는 "출전할 수는 있겠지만 금방 망가지고 말 것"이라고 말하면서 "대회에 출전하는 2족 보행 휴머노이드 로봇은 덩치는 물론이고 프레임과 서보모터 힘이 훨씬 크기 때문에 섣불리 맞붙었다간 큰 코 다치기 일쑤"라고 전한다.

■ 제어 소프트웨어 따라 움직임 차이 극과 극
현재 판매되고 있는 2족 보행 휴머노이드 로봇 가운데 완성품은 단 하나도 없다. 바꿔 말하면 사용자가 일일이 로봇을 조립해야 한다는 뜻이다. 단순히 호기심만 가지고 접근하면 나중에 낭패를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조립이 불가능할 정도로 어려운 것은 아니다. 십자 드라이버만 있으면 간단하게 조립할 수 있고 서보모터나 메인보드를 연결하는 방법도 PC 조립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무엇보다 납땜 과정이 없어 초보자도 손쉽게 접근이 가능하다.

2족 보행 휴머노이드 로봇은 뼈대 역할을 하는 프레임, 관절의 움직임을 표현하기 위한 서보모터, CPU와 메모리, 각종 PC 인터페이스가 내장된 메인보드, 그리고 배터리로 구성되어 있다. 프레임은 알루미늄이나 철판을 깎아 만든 것으로 두께는 1mm 정도다. CPU는 주로 8비트가 많이 쓰이지만 고급 제품의 경우 PDA나 휴대폰에서 자주 사용하는 ARM 계열이 장착되기도 한다.

서보모터는 응답속도가 빠르고 정확한 제어가 가능한 모터를 말한다. (사진 : 제일모터)같은 2족 보행 휴머노이드 로봇이라도 제어 소프트웨어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움직임이 크게 달라진다.

메모리도 CPU와 마찬가지로 용량이 천차만별인데 용량이 크면 클수록 다양한 동작을 입력시켜놓을 수 있다. 그렇다고 무작정 용량이 크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보통 하나의 동작을 표현하기 위한 명령어 크기가 2KB이므로 64KB만 되도 32가지 움직임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PC 인터페이스의 경우 예전에는 주로 시리얼 포트를 사용했는데 최근에는 USB 포트가 더 많이 쓰인다. 마지막으로 배터리는 니켈 카드뮴, 니켈 수소가 가장 널리 사용되고 일부 고급형 제품에는 리튬 폴리머가 장착되기도 한다.

진짜도 속겠네! '상어 로봇' 스윔웨이스 RC 샤크
춤추는 스피커 로봇, ZMP 미우로
사실 2족 보행 휴머노이드 로봇을 다룰 때 가장 어려운 점이 바로 제어 소프트웨어다. 언뜻 보면 조종하는 사람 마음먹기에 따라 로봇이 자유자재로 움직일 것이라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제품에 기본으로 내장된 움직임이라야 차려 자세, 손 올리고 내리기와 같은 몇 가지 포즈뿐이다. 결국 걷기, 뛰기, 춤추기 등 TV나 인터넷을 통해 접했던 움직임은 모두 일일이 제어 소프트웨어를 통해 만들어줘야 한다.

풀어 설명하자면 이렇다. 걷는 움직임을 만들려면 각 서보모터 각도를 조정해야 하는데 제품이나 주변 상황에 따라 수치가 천차만별이라 자칫 잘못하다가는 바닥에 고꾸라지기 일쑤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걷거나 뛰는 움직임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기계적으로 표현하려면 팔, 다리, 몸통, 어깨 등 각 부분의 각도에 무게중심까지 고려해야하기 때문이다.

좋게 이야기하면 마음먹기에 따라 사람과 거의 같은 움직임을 만들어 낼 수 있지만 반대로 모든 작업을 제어 소프트웨어를 통해 설정해야 하므로 시간과 노력이 만만치 않게 들어간다. 안재성 이사는 "같은 2족 보행 휴머노이드 로봇이라도 제어 소프트웨어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움직임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라며 "결국 오랫동안 갈고 닦은 경험이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취재협조 : 라퓨타인터내셔널(http://raputa.biz/index.php)

Posted by 단풍계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