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베스트 사운드
사운드와 이미지의 완벽한 화모니
<매트릭스>(1999)의 사운드 디자인으로 오스카상을 수상한 데인 데이비스는 “난 시끄러운 소리에 알레르기가 있다. 이 업계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총소리와 폭발음에 진력이 나 있다. 끔찍하게 지겹다”고 몇번을 강조해 말했다. 사운드 디자이너들은 한국이나 할리우드나 생각하는 바가 비슷하다. 할리우드식의 과장된 사운드가 싫다고 입을 모아 말하는 한국 영화계의 사운드 디자이너들처럼 할리우드의 사운드 디자이너들도, 바로 그 과장된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그들도 그런 소리는 싫어한다.
| <지옥의 묵시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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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언 일병 구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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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사운드란 없는 소리의 창조뿐 아니라 소리를 다르게 해석하는 시각도 포함할 것이다. 할리우드의 전설적인 사운드 디자이너 월터 머치의 오스카 사운드상 수상작인 <지옥의 묵시록>(1979)은 세상의 모든 사운드 디자이너들 입에 오르내리는 작품. 신경질적인 헬리콥터 소리가 오래도록 반복되다가 주인공이 누운 방 위의 선풍기 소리로 치환되는 오프닝 시퀀스의 사운드 디자인은 이미지와 완벽한 결합을 이루는 대목. 커츠 대령을 찾아 베트남 깊은 곳을 파고드는 윌라드(마틴 신)의 여정 또한 소리에서 억눌린 광기를 표현한다. <지옥의 묵시록>은 음악과 앰비언스, 이펙트간의 믹싱도 소름끼치도록 정교하다.
6회 오스카상을 수상한 사운드 디자이너 게리 라이드스트롬은 <라이언 일병 구하기>(1998)로 7번째 사운드상을 받았다. 극한 전투 상황 그 자체인 초반 30분간의 노르망디 상륙 시퀀스는 수많은 사운드의 요소가 난잡하게 늘어져 있지 않고 철저한 계산에 따라 배치된 효과를 발휘한다. 수면 위와 아래를 오가는 카메라에 따라 분명하게 갈리는 소리의 세계, 근음들과 원음들이 번갈아 닥치며 가하는 생명에의 위협, 밀러 대위(톰 행크스)의 시점과 전지적 시점이 교환될 때 달라지는 사운드 컨셉 등. 스티븐 스필버그는 게리 라이드스트롬에게 초반 시퀀스와 관련해 단 한마디를 남겼다고 한다. “그 부분은 음악을 쓰지 않고 소리로만 갈 테니, 관객이 그 속에 있다는 느낌을 전달해달라.”
| <스타워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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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쎄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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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 클라이스는 할리우드의 젊은 사운드 디자이너다. 월터 머치나 게리 라이드스트롬 같은 거물급은 아니지만 앰비언스 디자인과 이펙트에 관한 남다른 시각을 인정받고 있다. 오스카상을 수상한 <파이트 클럽>(1999)보다도 국내 사운드 디자이너들이 감탄을 표하는 작품은 <세븐>(1995). 뉴욕의 도시 소음을 비롯한 공간 앰비언스의 섬세한 디자인이 빛을 발한다. 뉴욕 아침의 대표적인 소음이랄 수 있는 아침의 쓰레기 수거 소음을 밀즈(브래드 피트)의 방 바깥으로 입히기 위해, 그는 콘티를 그리고 쓰레기차와 배우를 고용해서 오직 소리만을 위해 장면을 연출하고 폴리 사운드를 일일이 딴 다음 앰비언스 디자인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벤 버트의 <스타워즈>(1977) 사운드가 있다. 광선검과 다스베이더의 목소리를 비롯해 조지 루카스가 창조한 광대한 미래세계의 모든 사운드를 그야말로 새롭게 만들어낸 인물이다. 인간과 로봇의 경계가 불분명한 다스베이더의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노이즈가 심한 저음의 목소리, 그리고 모터 진동음이 섞인 심장 박동음으로 표현했다. 본인이 가장 좋아한다는 광선검 사운드는 USC 학생 시절, 낡은 프로젝터 안에서 모터가 내는 낮은 허밍음을 인상적으로 들었던 기억에서 출발해 디자인한 것이다.
* 출처 : http://www.cine21.com/Article/article_view.php?mm=005001001&article_id=35028